인터넷 실명제와 명예훼손
예정대로 지난 11월 1일부터 시작된 남해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실명제 전환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찬, 반으로 양분되어 많은 논쟁이 있었다. 양분된 여러 의견들이 다양한 형태로 도출되었으나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이나 수렴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실시되는 듯한 모습을 보면 공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혐오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섣불리 실명제의 장단점을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개인은 없을지 모른다. 당연히 실명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모두 갖고 있는 결정적인 논리적인 합리성이나 치명적인 단점 때문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군청인터넷의 관리자나 책임자가 결국은 공직자란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종적인 실명제로의 전환 여부에 대한 판단도 공직자가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이 지역의 대표적인 자유 여론을 싣던 홈페이지에 대한 실명제 전환 결정은 결국은 그 결과 역시 공직자에게 돌아가고 일반인들은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여론의 수렴을 위한 방법이나 지역 여론의 분출구를 인위적으로 막아버렸다는 점이다. 인위적으로 여론의 향방을 막아버리면 종국적으로 그 분출구가 막힌 여론들이 악성으로 변질되어 불필요한 유언비어가 너무 쉽게 양산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역의 일부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일부에서의 우려처럼 정치적인 잣대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풍토 속에서 자신들에게 반대 성향이 있는 논객들을 위해 지면 일부분도 제공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는 재론의 가치가 충분하며 오히려 위험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실명제로의 전환이 추석 전후 한참 지역여론을 들끓게 하던 어떤 네티즌의 군 의원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한심한 군 의원들” 이란 글이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후였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글은 전체적인 내용이 군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생생한 현장감과 절묘한 해학으로 유효적절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런 점은 군 의원들에게는 보기에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모욕감을 줄만한 치욕적인 내용이었다. 따라서 군 의원들의 강한 실명제 전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그 요구 자체를 묵과하기 힘든 점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공직자라는 같은 신분으로 ‘비판에 대한 동료의식’으로 이해해 준 결과로나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 으로 결국은 자연스런 여론의 분출구를 막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당연히 군청 홈페이지가 자연스런 여론을 담아내고 군정을 홍보하는 것이 큰 목적이라면 일부 소수 집단을 위해서 존치되어 온 것이 아니란 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고 그 책임과 중요성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로 보인다.
게시판에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익명성 글에 대한 보완이나 그 사후 처리가 전혀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지금까지의 개인적으로 비판적인 공격성향의 글이나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보이는 글에 대해 공적인 인물로 불릴만한 사람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자행되어 온 고발이나 진정으로 현실적으로 그 글의 작성자인 군민의 입을 틀어막고, 옥죄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위압적인 태도를 보여 온 한줌 밖에 안 되는 일부 공적인 인물들의 행태는 자신들의 신분을 망각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신분이 선택받은 위치이거나 지도자급에 있는 분들의 도덕적인 책임과 의무는 그에 따르는 지위나 명예만큼이나 일반인 보다 비교적 무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군민인 많은 네티즌들에 대한 그 명예와 걸맞지 않은 지속적인 처벌이나 신분 확인 시도에도 의도한 바와 같이 제대로 결과가 밝혀진 것은 미미한 수준이다.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명예훼손을 운운하나 사실은 자존심을 상하게 한 정도이고 결국은 공적인 분에게 공익적인 비판이 주를 이루어 사실상의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다만 상대에게 골탕을 먹일 의도가 강하게 엿보였다.
이는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통계 자료를 보면 더욱 자명하다. 2001년 7월에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신설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온라인 명예훼손에 대해 최고 징역 7년 이하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일반 명예훼손죄보다도 훨씬 엄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신속하고 광대역화 할 수 있는 사이버의 특성을 감안한 규정이다.
전국적인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00년 97명, 2001년 231입건에 구속 31명, 2002년 273명 입건에 구속 18명이라면 처벌이 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에서는 끝임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암암리에 이루어진 신분확인 시도는 공적인 인물들이 손톱만한 자신에 대한 비판도 허용치 않으려는 일반인보다 못한 극히 비공적인 자세로 일관하여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적인 인물들에 대한 비판이 공익성이나 진실성 등을 검토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형사적인 처벌이 어렵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고 넓은 이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정치인이나 언론인, 공무원 등 공적인 지위의 사람일 경우 법률로써 그 비판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점은 공익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자의 명예가 우선인지 인터넷의 특성이 우선적인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사회의 공익성에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무엇이 명예를 훼손했는가와 당사자의 신분 적시 여부와 글 내용의 진실성과 공익성 여부, 특히 당사자의 신분이 처벌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실명제로의 전환으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나 특정인사에 대한 폄훼 등의 글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타지자체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고 자위하거나 약자들의 자그마한 여론의 아픈 소리를 듣지 않아 속이 시원할지도 모르겠다. 외려 당사자인 공적인 인물들의 비상식적인 감정에 치우친 반발성 글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공적인 인물들이 실명제를 빙자하여 자화자찬식의 글을 군민들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실명제로의 전환으로 밝은 사회를 지향하고 일방, 표현의 자유를 일부 침해한다고 보면 모두가 정제되어 절제된 용어의 사용으로 네티즌들이나 공적인 인물들 모두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실명제 전환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대안의 필요성이 한층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사이트에서 운용되는 대표 아이디의 사용을 적극 권장할만하다. 즉 홈페이지 관리자는 네티즌의 신상을 알 수 있고 일반 네티즌끼리는 아이디로 통하는 것이다. 실명제 전환전의 모습과 유사할지 모르나 일단 실명으로 가입한 분만 글을 올릴 수 있게 한 점이 다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명제 전환에 따른 비판도 일부 줄일 수 있고 관리도 훨씬 용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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