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전야

책향1 2014. 9. 18. 17:38
 

 

시간이 뭉컹 지난 가을

귀뚜라미 소리 듣다 힘 빠진 모기 소리에

깜짝 움츠리는 육신

내일이 내 목을 문다

물소리 나는 아들 핸드폰소리가

별장 방 같이 나를 덮어주는 밤

삭신이 아픈 마누라 코 고는소리는

천당같이 평화로운데

지킬 명예도 부귀도 없이 그만 두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이런 나를 지아비로 여기고 평생을 살아 왔네

가만히 거친 마누라 손을 끌어다 가슴에 올려본다

그만 둬도 묻힐 자리 하나 없이

이 나이에 배운 건 글쓰기라

워드 허연 공백 채우기 바쁜데

고료 고작 7만 원 짜리가 낙동강 건너기네

물 빠진 보일러

문밖 양은 대야 엎어지는 소리 요란한데

삭정이 같은 이 한 몸 어디다 뉘일까

내일은 가차 없이 다른 사람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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