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뭉컹 지난 가을
귀뚜라미 소리 듣다 힘 빠진 모기 소리에
깜짝 움츠리는 육신
내일이 내 목을 문다
물소리 나는 아들 핸드폰소리가
별장 방 같이 나를 덮어주는 밤
삭신이 아픈 마누라 코 고는소리는
천당같이 평화로운데
지킬 명예도 부귀도 없이 그만 두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이런 나를 지아비로 여기고 평생을 살아 왔네
가만히 거친 마누라 손을 끌어다 가슴에 올려본다
그만 둬도 묻힐 자리 하나 없이
이 나이에 배운 건 글쓰기라
워드 허연 공백 채우기 바쁜데
고료 고작 7만 원 짜리가 낙동강 건너기네
물 빠진 보일러
문밖 양은 대야 엎어지는 소리 요란한데
삭정이 같은 이 한 몸 어디다 뉘일까
내일은 가차 없이 다른 사람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