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땅콩은

책향1 2014. 7. 27. 14:43

씨 땅콩은

 

여름철 옥수수 뿌리가 땅을 움켜쥐듯

냇물을 움켜쥐고 선

하천부지 끝에서 땅콩 냄새가 난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호미를 든 아낙이 가고 난 다음

담장 넘어 해바라기가 나를 바라본다

탈고 없이 냇물에 매일 편집 당하고

수줍고 부끄럽던 한 시절 지나

햇빛 한 장에 드러난 해묵은 모래

전설처럼 농담처럼 구구절절 사연 품고

땅콩은 금방 목욕한 아기처럼 웃었다

동안거 끝낸 스님 얼굴빛이다

세상 이치는 깨치셨는지

선들선들 불어온 바람에

겨우 어둠 속 껍질을 두드려 깨고 나와

목말라 모래알만큼 많은 푸른 하늘색

조금씩 떼어다 머금은 진한 초록으로

키 큰 장밀 아래 한참 붙들려

 

언젠가 돌아 올 그 고향을 기억한다.

 

2014.7.27 14;34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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