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땅콩은
여름철 옥수수 뿌리가 땅을 움켜쥐듯
냇물을 움켜쥐고 선
하천부지 끝에서 땅콩 냄새가 난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호미를 든 아낙이 가고 난 다음
담장 넘어 해바라기가 나를 바라본다
탈고 없이 냇물에 매일 편집 당하고
수줍고 부끄럽던 한 시절 지나
햇빛 한 장에 드러난 해묵은 모래
전설처럼 농담처럼 구구절절 사연 품고
땅콩은 금방 목욕한 아기처럼 웃었다
동안거 끝낸 스님 얼굴빛이다
세상 이치는 깨치셨는지
선들선들 불어온 바람에
겨우 어둠 속 껍질을 두드려 깨고 나와
목말라 모래알만큼 많은 푸른 하늘색
조금씩 떼어다 머금은 진한 초록으로
키 큰 장밀 아래 한참 붙들려
언젠가 돌아 올 그 고향을 기억한다.
2014.7.27 14;34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