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한 때 영화롭게 사람들의 정성을 모았지만
수의도 관도 없이 이제 모로 누워
땅 저 깊은 곳의 냄새를 선 보인다
바스락거리는 몸 굼벵이에게 맡기고
완전 제물이 되었다
거대한 소엉덩이 뼈같은
큰 땔감 처지인 그의 몸
피도 눈물도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작은 금줄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오곡밥에 나물, 말린 포, 싱싱한 과일이
눈앞에 어련하다
한줌 먼지로 날릴 때까지
땅에 귀대고
예전 푸닥거리 소리 듣고 있다
사람이 점점 귀가 멀어 갈 때
나무는 늙을 수록 밝아진다는 말이
사실같다.
2014.4.13.7;56 남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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