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책향1 2014. 4. 14. 07:59

 

 

고목

 

한 때 영화롭게 사람들의 정성을 모았지만

수의도 관도 없이 이제 모로 누워

땅 저 깊은 곳의 냄새를 선 보인다

바스락거리는 몸 굼벵이에게 맡기고

완전 제물이 되었다

거대한 소엉덩이 뼈같은

큰 땔감 처지인 그의 몸

피도 눈물도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작은 금줄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오곡밥에 나물, 말린 포, 싱싱한 과일이

눈앞에 어련하다

한줌 먼지로 날릴 때까지

땅에 귀대고

예전 푸닥거리 소리 듣고 있다

사람이 점점 귀가 멀어 갈 때

나무는 늙을 수록 밝아진다는 말이

사실같다.

 

2014.4.13.7;56 남해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새끼  (0) 2014.04.15
역린(逆鱗)  (0) 2014.04.14
적막  (0) 2014.04.12
치성  (0) 2014.04.12
초봄 풍경  (0)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