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정서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수많은 말잔치와 상대를 공박하는 천박한 조어들이 난무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보다 지역의 선량이나 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많이 가는 필자는 지역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즉흥적이고도 동시에 우둔한 대중들의 심금을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을 기다려 본다.
최근 영화 디 워 논쟁에서 전문가의 평가와 다른 대중의 평가는 야누스적 얼굴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동시에 대중은 생활 속에서 체득한 삶의 실감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소박한 민심의 흐름을 형성하고 역사를 만든다. 대중의 이런 양면적 역동성은 특히 현대 한국정치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우리 역사의 빛과 그늘을 함께 만든 박정희 대통령을 대중이 아직도 최고의 위인으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을 추억하는 사람도 있다.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대중은 표피적이며 유행에 휩쓸리기 쉽고 감성적이며 즉물적이라고 한다.
2002년 노무현 정권의 출범도 대중 다수의 질박한 삶의 느낌 위에서 비로소 가능했다. 박빙의 대선 결과 역시 안정과 변화를 바라는 대중들의 민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의 경거망동이 자초한 탄핵소동에서 대통령을 지키고 압도적인 다수 여당을 만든 것도 대중의 결연한 의지 덕분이었다. 그 후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탕 없는 날림 정권과 불량 정치인들의 출현과 탄돌이들의 탄생도 결국 한때의 대중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참여 정부의 출발과 함께 학력 경력 파괴의 대명사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행자부 장관까지 올랐던 정치인은 보수 세력들에게는 최소한 이단아로 보였다. 그렇지만 그가 재임 중일 때 지역 발전을 위해 쏟은 열정과 공적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다만 그는 정형적인 관료세계에 흔한 엘리트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 반면 대중들은 자신들과 같다는 동질감과 서민의식을 함께 느꼈다. 당연히 고정관념의 탈피에 발을 거는 기득권의 질시가 따랐지만 그들은 바로 일반 대중이 아닌 관료적인 기득권층이 대부분이었다. 9월 5일 그가 대통령 경선의 1차 예심에서 비록 탈락했지만 그의 도전의식과 용기는 높이 사야 한다. 일부 자신들만의 잣대로 무조건 폄하하는 일은 그만두고 정치색을 달리하지만 아직 지역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밟았다는 점이 새롭게 지역정치사의 한 장을 열었다.
모순된 어법이지만 대중은 우둔하면서 동시에 현명하다. 대중은 부화뇌동하면서도 가끔 세상사의 정곡을 찌르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존재인 것이다. 역설적인 교훈은 우리 모두가 언제나 대중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황우석 박사 논쟁이 입증하듯 대중을 가르치기 좋아하는 지식인이나 엘리트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들도 대중의 한사람이지만 대중사회는 현대적 삶의 필연적 현실이다. 따라서 대중은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일부로서, 아둔함과 지혜를 공유한 채 항상 동행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대중에 영향력이 지대한 언론에 항상 관심이 많고 영향력을 발휘하여 관직에 대한 무한한 공포심을 형성하려 했다. 가르치기를 좋아하기보다 동료의식을 느낄 때 대중은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항상 외형은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지역정치와 이중적인 행태로 서민들 피부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을 나열하고 상만 많이 받는다고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다. 과거를 부정하면서 자신들은 정작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모순인 점을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대중은 우둔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혜안을 갖고 있다는 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과거나 현재나 중앙이나 지방이나 측근들의 문제 야기로 정작 정치인 자신이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대중들이 지역의 지도자들로부터 심정적으로 멀어지는 계기는 자신들이 아둔하게 보는 대중들의 성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고급 엘리트 이미지로 지역의 정서를 대변하거나 어울리기는 어렵다. 측근들과 언저리 인물들의 우월감이 거만하기 짝이 없을 지경에 이르면 수많은 공적이 개살구 빛으로 전락하고 마는 평범한 사실을 잠시 잊은 듯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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