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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 녀석의 속물근성

책향1 2007. 8. 27. 18:49
 

그 녀석의 속물근성


아직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 녀석 평생의 소원을 이루어야 하니까. 그 녀석의 평생소원 그것은 아주 소박하고 보기에 따라 무미건조하다. 그를 존경(?)하고 그와 같이 사는 집사람과 어린 아이들 즉, 귀여운 아들딸과 볕 잘 들고  양지바른 곳에 아담한 집 한 채 지어놓고 마당에는 잔디, 꽃나무 잔뜩 심고 예쁜 강아지도 기르면서 오손 도손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집에는 큰 서재를 하나 마련해서 그는 좋아하는 책 가득 채워놓고 시디도 좀 채워놓고 사람좋은 사람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매일 웃음꽃이 피는 상상 속으로 몰입하며 그것을 그의 궁극적인 목표하지만 그는 꿈속에만 빠져 사는 로맨스는 아니다. 그의 꿈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현실은 괴로운 법이니 저런 이야기 턱도 없는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 좋은 집사람도 나와 아귀가 맞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고, 자식이라는 게 원래 얘기만 할 수도 없고 언젠가 훌쩍 떠나버릴 것이다, 볕 좋고 아담한 집도 시간이 흐르면 낡아가는 것이 이치이고, 꽃나무는 때마다 관리해주어야 하는 섬세한 생물이고, 강아지라는 게 뒤치닥 거리가 필수적인 동물이고, 매일 음악이나 듣고 책이나 보고 있기엔 세금 낼 돈과 생활비가 모자랄 테고. 산다는 것 자체가 속세(俗世)이니 원래 어느 정도 추한 것이다.  알고 있지만 본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심할수록, 그 이상은 멀지만 아름다운 법이다. 완전 꿈같은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수정할 계획은 없다. 꿈꾸는 자는 아름다우므로.

그 속물근성이 난 원래 여자에게만 늘 있는 현상인 줄 알았지만 그 녀석의 사고의 기저(基底)에 꽉 차있는 줄 몰랐지. 물신주의가 그 녀석에게는 없고 고고한 줄 알다가 깜짝 놀라는 일은 본디 부유한 집안 출신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다만 미모의 친 여동생이 요절한 사실이 좀 그의  정신세계에 그늘로 작용하는가 보다. 그 녀석의 젊은 시절 불교 사상에 흠뻑 취했던 점이 그를 나약하고도 물욕이 없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뭐 출중한 실력이 있거나 가계를 책임 안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내 한입 배만 부르면 놀고먹자는 룸펜 근성이 번쩍인다. 담배 값이나 얘들 급식비가 없어 온통 주위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발생해도 고유의 낙천심이 하늘을 찌른다. 자존심 강한 마누라가 식당일 가서 무슨 고역을 치루는 지 상상만으로 끝이다. 결국 그런 유유 부단하고 나태하기 짝이 없는 그가 붙어먹은 일은 어줍잖은 글 솜씨를 바탕으로지역의 정치권과 유착이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나서 지역에서도 중앙정치권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공작과 상대음해, 여론 조작 등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행태에 가장 적임자는 소위 무명작가들이다. 대우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속성에 무명들이 가장 각광을 받는 일과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길은 정치권과의 유착으로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 할만하다. 어디가나 정치인들은 언론에 관심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공짜로 자신의 홍보가 가능하다는 탓이다. 표에 신경을 쓰는 선출직들이 언론에 대한 관심은 겉보기와는 달리 집요할 정도이다. 이런 집요함이 그릇된 곳에 작용하면 관직과 정보를를 이용해 경제력이 취약한 지역 언론의 심부에 침투하여 언론 조작 또는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언론사 대표이사 선임이나 편집장 선출에 관여하는 사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는 관직에 대한 무한한 공포심을 주어 필봉을 꺾으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업체를 달리하는 두 지역 언론사의 편집장 사직이나 “양심선언” 등으로 결론 났다. 외형상 아무도 말 못하고 수군거리는 것은 이런 일에 뭔가 확증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선출직 지자체장이 별도 법인인 언론사 직원 해직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당사자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측근들을 통한 일 처리로 언제든지 자신은 발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밀히 벌어지는 일에 자신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 그 녀석은 이런 점에 빌붙었다. 철저히 이용당할 것이라도 우선은 대우받는 느낌이 좋았을까? 그 녀석은 한 때의 지역 논객으로 등장하였고 상대방에 의해서는 ‘저격수’로 통했다. 한 때는 ‘홍위병’이기도 했다. 지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여론 조작에 선봉에 섰다는 말이다. 양심은 누구나 있고 어디서나 있다. 그 양심 때문에 그 녀석은 괴로워하기도 하고 협박전화에 시달리다 결국 글 쓰는 일로 되돌아 왔다. 이제 조용히 살아가는 그 녀석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 한다. 비양심적인 그 더러운 녀석이 바로 본인이다.

출처 : 그 녀석의 속물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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