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의 목탁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는 종교가 오히려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종교계가 대오 각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종교의 양대 축인 불교와 기독교가 그 중심에 있으므로 일반인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개신교의 우월주의적 배타적 선교관으로 인한 문제와 이권과 권력을 둘러싼 불교계의 세력 다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종교가 근본적으로 구복 신앙으로 흘러가게 한 종교계 자체가 이제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정치 사회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치외 법권 지역처럼 행세하는 종교계의 후진성에 일반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로 개신교에서 나타나는 ‘성경 말씀은 무조건 다 옳다‘ 라거나 ‘다른 종교는 우상이자 배격의 대상’이라는 근본주의적 신앙관이 문제이다. 자신의 신앙에 대한 근본주의 태도로 인해 편협하여 종교에 관한 합리적 토론이나 일반적인 대화도 어렵게 한다.당연히 타종교에 대한 간단한 대화도 허용치 않으려는 모습이다. 특히 순진한 어린이들의 입에서 부처님은 우상이고 불교는 우상숭배라는 말이 튀어 나올 때 무척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 주더냐고 물으면 “교회에서 배웠다.”고 한다. 종교적인 기본 수행과 역사는 알려주지 않고 배타성과 우월감만 기른 탓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의 근저에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신약성서 사도행전의 선교관이 있다. 타 종교를 ‘파괴’나 ‘배격’의 대상으로, 타 종교인을 ‘개종의 대상’으로 보는 선교관은 불가피하게 충돌과 대립을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한손엔 칼, 한손엔 코란'이라는 이슬람도 같은 선교 모습이고 개신교와 이슬람은 아브라함을 조종으로 하고 선지자만 다른 형제이다. 선교를 신앙의 핵심적 지위에 올려놓다 보니 삶으로서의 신앙, 실천으로서의 신앙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믿음은 있으나 실천이 없는 모순과 불일치한 모순에 빠지기 쉽다.
아프간 피랍사태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성을 성토 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봇물을 이루었고 그중에서 부산의 지하철역에서 탁발하는 스님의 머리를 회개하라며 만지는 전도사의 모습과 어떤 개신교 집회에서 ‘범어사 무너지라’ 고 여러 번 외치는 사회자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오른 것이 압권이었다. 결국 인질 구출 경비에 대해 정부의 구상권 행사 요구에 이르렀다.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사실 폭로는 동국대 전, 현직 이사진 간의 알력으로 시작됐다. 동국대의 파벌을 달리하는 영배 이사장과 영담 스님, 이들에 의해 이사직에서 쫓겨난 장윤 스님 간의 대립은 고소 고발전을 거쳐 급기야 불교계 전체로 옮아 붙었다. 진리 여부를 도외시 한 승려들의 파벌전은 한국불교의 심각한 문제인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불교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음에도 싸우는 사람만 있을 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어떤 세력도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 경국대전의 통치 이념으로 특정지역 사람을 요로에 앉히는 일을 기피해왔던 조선이 임진왜란 동안 특정지역을 가리지 않는 왜구의 노략질이 있었다.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는 불교계에서 불자들은 대개 말이 없지만 시주는 항상 아끼지 않는다. 불교의 가르침 때문인지 잘못을 보고도 그저 침묵만하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과 재가 불자들은 사회는 인터넷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불교계는 봉건적인 관행과 승습 등으로 인해 불교계가 자체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사회 변화에 계속 뒤지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투명성, 평등의 문제가 불교계에 뿌리내리고 불필요한 보수성은 타파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과 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체의 정화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노력을 등한시 한다면 언젠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등 주요 종교에서도 성직자들의 전횡적인 교회 운영과 재정 비리, 여성에 대한 차별, 교회자산의 유산화와 가업세습과 세력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성직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평신도들의 세력화는 한국 종교의 선진화를 위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교계를 둘러싼 잇단 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반종교적 인식’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을 넘어 증오심에 가까운 적대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종교의 근본적인 목적을 바르게 알리고 제자리를 찾는 것이 오늘의 종교계의 시급한 과제이고 이제 종교의 순수한 목적을 간파한 건전한 일반 신도에 의해서 개혁이 일어나야 할 시점이다. 피랍자가 마치 승전국 포로 석방 모습은 결코 아니다. 일부 시민들의 계란 투척 시도가 일부 기독계의 환영보다 의미가 깊은 이유이다. '잘못이 없다'는 기독교인들은 "한국기독교는 탈레반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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