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책향의 술나라 기행 6

 

[기차길옆 오막살이]

 

기차길 옆 오막살이

 몇 년 전 온양에  아파트 공사장에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마침 목이 출출하던 터라서 공사장 입구에 있는 주막에 들렀다. 공사장의 허드레 판자로 지어진 주점으로 큰 솥에는 시래기 국이 항상 펄펄 끓고 있었고, 그 옆으로 주인장 아주머니가 조는듯이 앉아 있었다. 앞뒤에는 긴 나무 탁자가 있으며 작은 장독도 몇 개 보였다. 천장은 공사장 보온 덮개로 허술하게 덮인 곳으로 하늘이 보이고 인근 인부들이 쉴 참에 들러, 목을 축이고 가는 임시 주점이었다.

 그 옆으로 기찻길이 있어 열차가 지나가고 황량한 들녘이 끝나는 저 멀리 지평선 끝으로 정겨운 ‘기찻길 옆 오막살이’였던 셈이다.

 

 이 집은 근방에서 아파트  공사가 계속되어 벌써 10여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했단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술집 목로에 걸터앉아 아줌머니가 내주는 담백하며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지축이 흔들리며 굉음이 이는 지진현상이 생겼다.

 

 이 바람에 막걸리 잔을 놓쳤는데 ‘뚜･･･칙칙폭폭･･･칙칙폭폭･･･’ 1m나 될까 말까한 바로 옆으로 열차가 지나가는  진동으로 인하여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천장이 들썩거리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탁자가 기우뚱거리자 그 위의 음식이 엎질러지는 지경의 일대 진동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필자는 마시던 막걸리 잔을 놓치고서 탁자 밑으로 고개를 밀어 넣고 일대 진동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처음엔 무슨 지진이라도 나는가 싶어 깜짝 놀랐으나 잠시 후 열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생기는 진동임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탁자 위로 몸을 일으켰다.

 혼비백산한 필자의 꼴이 우스웠던지 아줌마가 빙그레 웃으며 기차가 우렁차게 지나가는  덕분에 한 젊은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언젠가 웬 젊은 남녀가 지나다가 이 집에 들러 막걸리에 라면을 먹고 있었단다. 그 날도 예외 없이 갑작스럽게 우람하고 시커먼  열차란 녀석이 우르르 쾅쾅하며 지나가는데 이 진동으로 남자 옆에 앉아 있던 예쁜 처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어머나! 무서워!”하며 엉겹결에 남자 품으로 달려들고, 남자 또한 어어! 하며 달려던 처녀를 덥석 안아 버렸다. 이렇게 열차가 지나가기를 약 30여초 정도 되었을까? 지축이 흔들리는  실제상황이 종료되자 두 남녀는 서로 얼굴을 보며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그저 서먹서먹한 구면이었던 모양인데 그런 긴급 상황 중에 서로 꼬옥, 그것도 ‘너, 아니면 죽을거야!’ 하는 정도였으니･･･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했단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인연을 맺어준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찾아와, 평생 한 몸을 만들어준 이 집과 아줌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란다. 이날도 예외 없이 그들만의 반가운(?) 열차는 지나가는데 이날은 남자가 미리 알고 능숙하게 새 신부를 덥석 안고, 새 신부는 얼굴을 붉히며 안기더라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나자 또 한 번 기차가 우르릉 지나간다. 별안간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단꿈을 꾸고 있을 그 부부를 생각하며 기울이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막걸리 맛은 일품이었다.

출처 : 책향의 술나라 기행 6

글쓴이 : 책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