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그리고 술
우리의 옛 사람들은 술과 함께 자연과 인생을 시와 노래를 통해 즐기면서 유유자적하게 살아왔다.
한 잔의 술을 마시면 자연을 노래하는 시를 짓고 권주가를 불렀다. 이런 가락의 풍류를 곁들이며 인생과 세상을 관조했던 옛 사람들의 여유가 부럽다.
술과 여인, 시와 노래는 주당과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벗들이다. 거문고, 술을 지극히 사랑했던 중국의 이백은 ‘양양가’란 노래를 부르며 청풍명월과 교유하며 통음광취 했었다.
‘해가 현산 서쪽으로 / 떨어지려 할 때 / 오늘도 나는 술에 취해 / 백모를 거꾸로 쓰고 / 꽃나무 아래서 오락가락 하고 있네.(중략)’
시와 거문고,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백운거사 이규보는 ‘나로 하여금 / 술을 마시지 않게 하려면 / 꽃과 벌들이 피지 말도록 하여라’하고 노래했다.
천의무봉의 글로 이름난 정철의 ‘장진주사’ 또한 술을 예찬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한 잔 먹세 그려 / 또 한 잔 먹세 그려 / 꽃가질 꺽어 놓고 셈하며 먹세 그려(중략)’
근대에 와서도 술과 관련한 노래들이 있다. 그러나 옛 사람들이 시에 담아 예찬했던 것처럼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1970년대의 술과 관련된 노래로는 대중가수 이장희가 부른 ‘그건 너’가 있었다. 허무와 패배의식에 가득 찬 노래로 젊은이들이 그 당시 즐겨 부르던 노래이다. 1980년대는 좀 밝고 희망적인 노래가 있었다. 대중가수 이연실의 ‘목로주점’이 그렇다. 젊음과 우정, 사랑이 노fot말에서 물씬 풍기는 노래이다. 그런가하면 암울한 80년대는 젊은이들의 좌절과 울분을 섞어 시대참여적인 노래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쓴 ‘노동의 새벽’에 곡을 붙인 이 노래에서는 짓밟힌 민중의 자조적 정서가 역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새벽 쓰린 가슴위로 / 찬 소주를 붓는다・・・ / 어쩔 수 없는 이 절망 벽 깨뜨려 솟구칠 거친 땀방울 피눈물 속에서 숨 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분노・・・.’
또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술좌석에 으레 등장하는 ‘막걸리 찬가’가 있었다.
‘마실까 말까 마실까 말까・・・ 마셔도 사내답게 막걸리를 마셔라 / 맥주는 싱거우니/신촌골로 돌려라 /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취하도록 /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 같이 마시자 / ・・・막걸리 대학교 / 막걸리를 마셔도 사대답게 마셔라 / 태평양도 양보 못한다.’
술과 관련한 노래는 이외에도 ‘빈대떡 신사’, ‘번지 없는 주막’, ‘고래사냥’, 등 많이 있다. 술 속에 시가 있고 노래가 있는 것이다.
요즈음 선술집이나 휘황찬란한 주점에서 국적이 불분명한 대중가요 등이 쏟아져 나오고, 관광지에서 거침없이 불러대는 저급한 술타령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윽하게 운치 있는 풍류가 담긴 옛 사람들의 권주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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