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술을 만들고
빅토르 위고는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우리 인간은 술을 만들어 마셨다’고 말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일상사 중에 흔히 대하는 ‘술’의 말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사람이 태어나서 엄마 아빠라는 말을 제일 먼저 익히듯 어떤 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발음이 되는 단어가 바로 ‘술’이라 했다. 거침없이 술술 나온다 해서이고 목구멍으로 술술 잘도 넘어간다 해서 술이라고 부른다 했다. 물론 주당들의 익살이다. 12세기에 발간되었던 고서 ‘계림유사’에 보면 수불(酬芾)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수불이 오랜 세월동안 변천과정을 거쳐서 술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불이란 단어는 복합명사로 ‘수’는 암수의 수를 뜻하고 ‘불’ 은 불알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수불은 남자의 씨를 뜻한다. 술의 한자어인 주(酒)를 파자하면, 물 수(水)자와 닭 유(酉)자가 합성되어 있다. 물 한 모금을 찍어서 고개를 쳐든 채 하늘을 보며 쭈욱 마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닭 유자가 쓰인 이유는 닭 유(酉)자가 술항아리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본떴고, 닭이 둥우리에 들어가기 전 찍어 먹고 들어가는 데서 연유한다. 대개 술과 관련한 단어에 자주 끼어드는 ‘닭’유는 ‘별’유와 공용어여서 유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취할 명(酩), 취할 정(酊)자를 비롯해서 유자와 관련된 술을 관련된 한자는 수십 자에 이른다. 술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대체로 지구상에 인간이 살기 시작하면서 자생되었다는 게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원시시대에 산야에서 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배가 부르면 남은 것들을 아무데나 방치했다가, 며칠이 지나 배가 고프면 도처에서 발효되어 있는 열매나 그 액체를 먹고 마셨다. 그것들이 바로 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나라 최초로 술이 문헌으로 기록된 경우는, 국기 동명성왕의 건국 설화 중에 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 연못가에서 놀고 있던 하백의 딸 유화를 유혹할 때 술이 이용되어 훗날 고구려의 개국공신 주몽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또 서양의 경우도 구약성서의 기록으로,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서 자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추태를 벌이며, 롯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로 동굴 속에서 두 딸과 동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의 포도주도 자연 현상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시작된 술의 역사는 긴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인간 군상들과 영욕을 함께 나누며 오늘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한 술에 얽힌 역사는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다.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미물에 불과한 인간은 물을 이용해 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하고 설설 취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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