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과 외국어표기
우리가 흔히 쓰는 외국어나 외래어중에 표기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읍 중심가의 ‘훼미리마트’는 일본계자본이란 점을 이해하더라도 그 표기법은 틀린 것이다.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의 familly의 표기가 일본어식이다. 우리가 흔히 환풍기를 ‘후앙’이라하는 것은 fan의 일어식 표기의 산물이다. 팬히터라고하지 후안히터라고는 않는다. 이와 같이 잘못된 표기의 예는 국가의 공식 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88올림픽 때 선수촌으로 지어진 서울 강동의 올림픽‘훼미리’ 타운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 중에 일본어 찌꺼기나 잘못 표기된 외래(국)어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그 중 ‘싸이버’나 ‘짜장면’을 보면 실제 발음과 문자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자장면이라 쓰고 실질 발음은 짜장면이라고 하나 이는 중국식 된장인 작장(炸醬)에 면(麵)자를 붙인 말을 차음한 말이다. 이 작장의 중국어 표기인 zhajiang을 직접 취음한 말로 중국어 실 발음을 살리기 위해 자장면으로 표기한다. 이 경우 현지 발음은 자짱면에 가깝다고 조선족 교수가 지적 한 적도 있다. 사이버 역시 싸이버로 발음은 하나 원음을 살리기 위해 글쓰기에서는 사이버로 적는다. 수 년 전 일본에서 오랫동안 종교 활동을 해온 최창화(崔昌華) 목사와 가족들이 NHK방송을 상대로 이름을 제대로 불러달라며 낸 소송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최씨 가족들은 자신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발음으로 ‘사이 쇼 가’가 아닌 ‘최 창화’ 로 불러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후 노태우 대통령의 일본 방문 시 국가원수에 대한 성명 표기가 도마 위에 올랐으나 원음대로 부르는 것이 이미 국제적인 조류가 되어 한자 이름과 동시에 한국발음으로 일본어 음을 옆에다 적는 ‘후리가나’를 붙이게 되어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의 이름도 일본에서 원음대로 불려지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 이미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의 이름을 원음대로 부르고 한자를 병기하여 왔다. 현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임란 때의 소서행장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 行長)로 이등박문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로 불러왔다는 것은 매우 굴욕적이었다. 최근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용(욘)사마 배용준씨를 보면 상전벽해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일본 사회의 획기적인 변화이고 이변이지만 그의 이름이 그대로 불린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 한국어 발음이 어려운 일본인들이 그의 이름 중간자를 따서 우리말의 님(임)에 해당되는 존칭어를 붙여 애칭으로 삼았다. 물론 최씨의 유명세 이전에도 유명인사들의 이름은 원음으로 부른 예가 없진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수 조용필이다. 80년대 그가 일본에서 인기를 구가할 당시의 일본식 이름은 ‘조욘피루’였다. 중국의 경우 김영삼 대통령의 방문 시 공항에서 사열 중 중국어식 발음으로 ‘진용산’으로 발음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는 한자 원 사용국이라는 점과 한국어 발음에 맞추면 한자 이름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한, 중 수교 때나 최근에 공모까지 하며 서울의 중국어 표기가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중국어 권에서 불리는 일반적인 서울의 표기는 한성(漢城)이라 할 수 있다. 표의문자인 중국어의 특성상 음과 뜻이 비슷한 서우우얼(首塢爾, 首無二) 등과 중경(中京) 등이 많이 거론되다가 지금은 유야무야된 듯한 느낌이다. 우리의 일본과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 표기방법은 해당국과 마찬가지로 관습적으로 읽는 방법과 국제적인 외국어 표기 방법이 혼재하고 있다. 동경(東京)을 동경으로 읽거나 적어도 되고 도쿄로 적어도 무방하다. 똑같이 북경이라 해도 되고 베이징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양자 모두 도쿄나 베이징으로 원음대로 표기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일본어에서의 서울은 일제 시대에는 ‘게이죠’(京城)였지만 현재는 ‘소우루’(서울)로 통일되었다. 지역 신문들이 최근 기사에서 남해군의 자매도시인 일본 오구치(大口)시의 표기를 오오구찌로 한 점은 외국어 표기를 너무 쉽게 판단한 편의주의의 결과로 보인다. 필자가 2년 전부터 각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아직도 그대로 무책임한 표현을 한 점은 안타깝게 보인다. 이 “오오구찌” 표현은 격한 표현으로 일본의 지명이나 고유명사 표기는 일본어 보다 영어의 일본어 표기가 우선이다. 실제 일본어에서 ‘오오’ 중 뒷 자는 장음의 표기로 외국어문자인 우리말로 표기 할 때는 적지 말아야 한다. 오사카(大阪)이지 오오사까가 아니고 도우꾜우가 아니라 도쿄(東京)이다. 다음의 ‘찌’는 영어로 chi의 표기로 ‘찌’보다는 ‘치’에 해당할 것이다. 다른 예로 나라 이름으로 몽골이 있다. 물론 몽고가 관습적으로 쓰이는 면도 없지 않으나 중국에서 우매한 민족이란 뜻으로 쓰는 몽고(蒙古)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몽골에서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코리아가 아닌 고유 용어로 송골리아(무지개의 나라라는 뜻)라고 부르는 판에 결코 국가간의 예의가 아니다. 관공서에서 그렇게 표기한다고 그대로 따라 할 일은 언론의 자세가 절대 아니다. 위의 여러 사례에서처럼, 원음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추세이고 상대를 국가간의 배려하는 예의이다. 더군다나 초대받은 손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중국 익양시 대표단이 남해를 방문한 보도를 보면 한국의 한자 발음으로 “익양”시라 하고 시장을 “유국상”이라 표기한 점은 어법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없는 표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초청한 손님을 공식적인 행사장인 노량의 충무공 승첩제에서도 한국식 발음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일반인도 아닌 공인인 시장을 공식석상에서 그렇게 부른다면 너무 예의가 없다. 마치 일본에서 최창화 목사를 ‘사이쇼가’라 하는 식이다. 우리는 이에 저항하여 왔지만 우리 스스로의 잘못에는 너무 관대하고 의식이 없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 일본에서 최초의 한국적 변호사인 김경득 씨가 재일동포의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한국 내의 화교 등에 대한 참정권을 주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크다. 지역 언론이 품위를 지키며 고급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올바른 기사나 용어를 선택하고 사용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어의 순화나 정확한 외국 고유 명사 표기의 확산을 선도해야 할 지역 언론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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