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道のそばで

가난한 가을 詩를 읊는다 - 임 종 린

책향1 2007. 9. 21. 15:48

 

 

 

 

가난한 가을 詩를 읊는다      임 종 린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

무서운 태풍나리가 휩쓸고 지나가

귀한 생명과 아까운 재산을 빼앗아가서

이재민들을 발버둥치게 하고 있는 것 보니

놓을 줄 모른 채 붙잡고 있는 욕심에

심술을 부린 재앙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소유물을

뒤집어 놓거나 날려 버렸으니

이젠

마음을 비우고

놓을 것은 놓아 주어야 하며

버릴 것은 버려야 할 가을이 왔다

 

자연은 가을 채비를 하고

가을은 겨울 채비를 하는 모습 보니

여름내 키워온 잎들을 떨구게 될

가을은 더 큰 것을 소유하고 있는

여름 보다 더 아름답고 값진 계절이다

 

가을은

한 잎의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한 묶음의 가난한 詩를 토해 내고

앙상한 겨울 나무의 아름다움을

보여 줄려고 바쁘게 서둘고 있다

 

보낼 것은 보내고

버릴 것은 버리는 용기를 가질 때

가난함이 배어있는 아름다운 가을 詩를

넉넉한 마음으로 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