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화이팅’과 파이팅

책향1 2007. 7. 22. 12:29
 

‘화이팅’과 파이팅


산업의 가속화와 비약적으로 정보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에게 매체는 너무도 쉽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거친 말을 서슴지 않고 하거나 천박스러운 말의 남용,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의 사용은 이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언어가 소중한 만큼 제대로 된 언어 쓰기와 표현에 힘써야 한다. 또 잘못된 발음으로 말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써왔던 현실을 자각하고 언어에 대한 애정과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바른 언어 쓰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화의 다각화로 인해 우리가 접하고 있는 매체도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자극성과 영향이 절대적인 방송 언어의 오염과 그 심각성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는 날이 갈수록 잘못된 언어가 범람하는 방송을 접하며 그것에 매료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비속어, 은어, 국적 불명의 외국어, 선정적인 표현 등이 방송에 범람하여 국민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국민의 언어생활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출연자의 발언은 신문에 비해 일회성에 그치고 비교적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킬 만한 발언이 한 개인의 특이한 언어 사용 방식으로 취향으로 치부히기 쉽다.  전문 방송인조차도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등 국민의 언어생활을 이끌어 나갈 방송인으로서의 의무가 잘못 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더더구나 연예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속한 표현을 쓰고 있다. 방송언어의 지속적인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거나 여과할 기구가 없고 인기를 먹고산다는 저급한 상업주의의 한 방편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는 대중매체의 영향이 큰 사회이다. 매체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대중매체에서는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성과 의무가 있다. 방송 언어의 순화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필자의 경우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효과라는 말이 흔히 "효꽈"로 발음되나 "효과"로 발음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이런 세세한 가르킴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언어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반면, 과거 한 유명 아니운서는 동물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젖을 "찌찌(ちち)"라고 하고,  대기업의 홍보물에는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우편번호라는 의미의 약호인   를 버젓이 적었다가  이를 지적한 필자에게  얼굴도 제대로 못 든 경우도 있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일상적으로 들리는 말이 ‘화이팅’이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20여년 전 어느 지방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시골의 교장 선생님이 쓴 응원 구호가 “**학교 화이칭구”라 해서 신문 한 쪽 구석에 보도된 것을 봤다. 아마 일제 강점기 시대 공부했던 선생님이었다고 추정이 했다. 일본어에서 지금은 "화이토"라 한다.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화이팅으로 발음 하고 적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응원 중 힘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데 여기에 해당되는 타당한 우리말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어에서는 노력하라는 의미의 ‘간바레(頑張れ)’하면 간단하다. 중국어에서도 기름을 넣는다는 또는 같은 의미인 ‘자이유(加油)’라 소리치면 간단하다. 미국에서는 그냥 "go"라 한다.우리는 그냥 "힘내라"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 말 이외에도 영어의 F자를 우리말의 “ㅎ”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나 대부분이 일본어의 영향이다. 우리 말 보다 훨씬 음역이 좁은 일본어에서 외래어의 표기가 이상한 것은 당연하다. 처음 일본어를 대할 때 “마카사”란 인명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는 맥아더의 일본어 식 표기이다. 일본어에서 영어 F 자의 표기를 하(ハ)단 즉 ㅎ음으로 표기하는 것은 P 표기와의 구분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어쩌면 원음에 가까울 수도 있다. 우리말에서 P와 F의 구분은 거의 없다. 다만 F 자의 “ㅎ” 표기는 앞에서 말한 일본어의 영향을 떠나서 "H"자의 표기와 혼동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읍 중심가의 편의점의 이름이 “훼미리”인 것은 일본계 자본이고 고유 명사로 어쩔 수 없다. 한 때 어떤 전자회사에서 “나쇼날 TV"라고 선전을 왕성하게 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내쇼날이란 발음을 도외시 하고 나쇼날이라 하는 점이 의아해 했던 이들이 많다. 이 경우에도 그 회사의 합작선인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회사의 상품명이었기 때문이다. 나쇼나루라 발음해 보면 금방 들통이 난다. 1993년 10월 10일 10시경, 위도를 출발한 서해“훼리”호는 위도와 격포 사이에 있는 임수 도 북서쪽 3km 지점 물골목 앞에서 침몰하여 292명이 사망하여 우리나라 여객선 사고사상 세 번째로 큰 인명피해를 낸 위도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가 일어났다. 온 나라가 시끄럽던 침몰사고가 난 배의 이름은 서해훼리다. “훼리”란 말은 연락선이란 의미의 Ferry다. 이 경우 고유 명사인 점을 제외한다면 '페리'로 표기해야 옳다. 사기업뿐만 아니라 88년 서울올림픽의 선수촌으로 지어진 송파대로 문정동의 올림픽 “훼미리”타운 아파트의 이름도 틀렸다. 일상생활에서 음료수 이름인 “환타”도 영어로는 Fanta로 표기한다. “후앙”이란 말은 공사장에서 자주 사용한다. 이 “후앙”은 Fan으로 환풍기란 의미이다. 여기서는 일본어가 음역이 좁은 탓으로 후(フ) 자와 아(ァ)자 문자를 조합하여 사용하지만 발음할 때에는 “환”(ファン)이지만 어쩐 일인지 “후앙”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일본어에서 문자를 작게 표기할 경우 윗말과 같이 합쳐서 읽으라는 뜻이다. 이 경우 아(ァ)는 윗말인 후(フ)에 붙여 읽어야 한다. 또 신선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거나 카메라의  “후레쉬”, 과일이라는 의미의 “후루츠”, 계란 "후라이", 컴퓨터 "화일", "환타지", "훼스티발", "휘트니스"등은 모두 F 자의 ㅎ 표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