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과 삶의 지혜가 묻어난 시집 “오래된 통장”
오래된 지인의 시집을 어제 받았다. 작자와는 과거 문인 단체의 문학 기행에서 숙소 앞에 있던 그 가을이 불타는 듯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인연이 있다. 같이 단체로 찍었다는 것이 아니라 후에 SNS 사진을 보니 우연히 같은 나무 앞에서 찍었다는 말이다.
필자는 가끔 저서를 받으면 작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은 제목과 상통했다. “결코 버릴 수 없는 희망”은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이다. 결국 이런 모습이 “오래된 통장”에 저축되어 있다. 이승은 시인의 “기한을 넘긴 고지서 상냥히도 받아주던... ...반 남은 도시락 속에 무말랭이 같은 가을”이 연상되는 명구이다.
시평 내용처럼 작자 자신의 시간의 여정에 삶의 지혜와 의지가 깃든 모습이다.
작자는 편지에서 “첫눈처럼 그대에게 닿기를”은 한 여자의 생일 말미 “목젖을 뜨겁게 밀어 올린다”를 보내는 의미가 아닌지 전반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가련한 회상이 감동을 준다. 수수밭 뉴스에서는 “할아버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고 하여 짠하기 그지없다. 추억의 입맛에서는 “엄마의 눈물 간으로 끓여준 고깃국”에서 테마가 드러나고 있다. 눈물 간은 시대의 아픔을 그린 에키스일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수사로 감동을 주는 작자만의 감성이 부럽다. 소리가 사라졌다에서 “함께하던 시간은 멈추고 그리움의 언어 갈 곳을 잃었다”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순천만에서 작자는 “모든 걸 내려 놓았다” 그리움이란 정처가 없다. 젖은 눈빛으로 묵묵히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으로 일관함에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시를 읽으면서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신기하다. 바쁜 일상에서 적당히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마음의 양서이다.
삶의 사소함에서 얻는 큰 울림은 작자의 지혜로 앞으로 문학혼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한명숙 시집 『오래된 통장』 문학마을 시인선366. 값 10,000원. 펴낸 곳 문학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