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
잔뜩 움츠린 병어가
비닐에 쌓여
내장은 이미 도려지고 냉장고에서
연고 없는 행려자의 주검으로
비늘도 없이 헤쳐 온 풍파가
꽁꽁 언 채 삼겹살처럼 잘린다
부검 결과 핏빛도 없이 살아온
깨끗한 인생 역정이
접시 위에서 녹으니
옆구리에 파스로도 못 가리고 들어난 멍 빛
하늘 보고
낮술 취한 사람과 반해
흐드러지도록 몸 버린
병어는
이제 움츠린 어께나 좀 펴야겠다.
2014.8.5. 9;30 노량에서
병어
잔뜩 움츠린 병어가
비닐에 쌓여
내장은 이미 도려지고 냉장고에서
연고 없는 행려자의 주검으로
비늘도 없이 헤쳐 온 풍파가
꽁꽁 언 채 삼겹살처럼 잘린다
부검 결과 핏빛도 없이 살아온
깨끗한 인생 역정이
접시 위에서 녹으니
옆구리에 파스로도 못 가리고 들어난 멍 빛
하늘 보고
낮술 취한 사람과 반해
흐드러지도록 몸 버린
병어는
이제 움츠린 어께나 좀 펴야겠다.
2014.8.5. 9;30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