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

책향1 2014. 8. 5. 09:32

병어

 

잔뜩 움츠린 병어가

비닐에 쌓여

내장은 이미 도려지고 냉장고에서

연고 없는 행려자의 주검으로

비늘도 없이 헤쳐 온 풍파가

꽁꽁 언 채 삼겹살처럼 잘린다

부검 결과 핏빛도 없이 살아온

깨끗한 인생 역정이

접시 위에서 녹으니

옆구리에 파스로도 못 가리고 들어난 멍 빛

하늘 보고

낮술 취한 사람과 반해

흐드러지도록 몸 버린

병어는

이제 움츠린 어께나 좀 펴야겠다.

 

2014.8.5. 9;30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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