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
초등학교 소풍날이면 꼭
짙푸른 색 플리스틱 안경알에
굵은 흰 태 안경을 샀다
그 안경을 쓰고 마치 비행기 조종사나
해변에서 잠자리 안경 걸친 미녀가 된 것처럼 으시댔다
아마 세상이 파래 보이므로 더욱 그랬다
곽망우당 묘소 메밀 말려둔 곳에서는
마른 줄기도 파래 보였다
참새도 파랑새로 보였지 아마
한 두 시간 그걸 쓰다가
벗으면 세상이 노랗다.
푸른 등이 붉게 변한 삶은 게 껍질 같은 색의 조화로
개나리 꽃 그리던 노란색 크래용 빛깔 세상에서
파랑새는커녕 길도 노랬다
뻐꾸기도 노랗다
속을 숨긴 얼굴도
된장 먹다 흘린 내 난닝구도 그랬다
이제 컬러풀한 3D 안경 속 요지경에서
늘 소풍날 아침같은
푸른 세상을 꿈꾼다.
2014.7.4 9;29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