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

책향1 2014. 7. 4. 10:53

 

변색

 

초등학교 소풍날이면 꼭

짙푸른 색 플리스틱 안경알에

굵은 흰 태 안경을 샀다

그 안경을 쓰고 마치 비행기 조종사나

해변에서 잠자리 안경 걸친 미녀가 된 것처럼 으시댔다

아마 세상이 파래 보이므로 더욱 그랬다

곽망우당 묘소 메밀 말려둔 곳에서는

마른 줄기도 파래 보였다

참새도 파랑새로 보였지 아마

한 두 시간 그걸 쓰다가

벗으면 세상이 노랗다.

푸른 등이 붉게 변한 삶은 게 껍질 같은 색의 조화로

개나리 꽃 그리던 노란색 크래용 빛깔 세상에서

파랑새는커녕 길도 노랬다

뻐꾸기도 노랗다

속을 숨긴 얼굴도

된장 먹다 흘린 내 난닝구도 그랬다

이제 컬러풀한 3D 안경 속 요지경에서

늘 소풍날 아침같은

푸른 세상을 꿈꾼다.

 

2014.7.4 9;29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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