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화전도서관(평생학습관)

화전도서관에서

책향1 2011. 10. 17. 10:12

 

화전도서관에서


담쟁이가 붉은 벽돌을 기어오르는 고색창연한 도서관은 아닐지라도 소담한 이웃, 화전도서관은 늘 군민들 곁에 있다. 필자가 40여년 전의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읽은 “유리병마개의 비밀”과 여러 번 완독을 시도 했지만 다 읽지 못한 삼국지도 새삼 생각나게 하는 책의 보고다. 좋은 경험이 좋은 상상력을 만든다. 책은 간접경험의 첫 단추 격이다. 그래서 늘 배고픈 지식은 갈증이 되고 밥 먹 듯 책을 읽고 싶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은 사람이 마음으로 살찌는 계절이다. 붉은 색으로 밖에서 유혹하는 단풍과 신선한 바람이 왠지 모를 쓸쓸함으로 밀려 올 때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책이다.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소중한 기회를 화전도서관은 우리에게 충분히 주고 있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지식, 정보, 문화의 격차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르는 현실에서 문화적 결핍이 아이들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구나 책으로 넓은 세상을 만나고 미래를 꿈꿀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이 입시 경쟁 아래선 덧없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해도 그저 좌시하고 있을 수만 없다. 그래서 작지만 큰 양식의 보고인 화전도서관의 존재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소박한 도서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즐길 거리로 채워져 이용자들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여느 도서관과는 다른 포근하고 자유로운 공기에 짐짓 놀랄지도 모른다. 책을 빌리는 공간에선 이용객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독서에 빠져 있고, 아이들의 쉼터도 있어 시끌벅적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풍경이다. 지역주민의 문화 놀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책과 함께 하는 놀이터이며 집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사회가 함께 지식을 키우는 삶터로 화전도서관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방문해 보시라. 달마다 책을 기증받기도 하지만 새로 살 책을 고르는 일에 큰 공을 들인다. 필독목록, 권장목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서관 책꽂이에 자리 잡은 책들이 모두 추천 목록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자료들이 책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용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번호로 책을 분류하고 주제, 작가 별로 진열해 고르기 쉽게 준비했다. 한 권이라도 대출권수를 늘리고 책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궁리하는 것은 근무자들의 일상이다. 돌려줄 날짜를 넘겨 책을 못 빌리는 사람들도 다시 가볍게 도서관 나들이를 하기 바라며, 연체 기록을 모두 지워주는 행사도 있다. 참으로 인간적인 도서관이 아닌가.

문턱도 없고 아기들이 기어 다녀도 되는 방과 겨울이면 따끈한 방바닥에 뒹굴며 만화를 볼 수 있는 방도 있다.

문화는 지역 경쟁력의 요체이고 그 본연이 창의력이라 한다면 창의력을 제고하는 도량이 도서관이다. 이런 문화의 요체를 쉽고 편하게 자주 접해야 문화적인 소양을 높이고 결국 창의력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적인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지역에서 문화와 지식 산업의 원천으로 그 중요성을 높일 수 있다.

자국의 문화 요소를 경쟁력 있는 중요한 척도로서 활용도가 지역이나 국가의 수준을 평가하고 문화 소통의 촉매 역할이 문화 국가로 재단하고 있다. 도서관은 역사와 문화는 물론 예술과 언어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고 그 방법이기도 하다. 더욱 발전을 모색한다면 신 모델의 지식 창출과 정보의 산출지 역할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문화적인 소양을 기르는데 평생 교육의 토대로 도서관은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서관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을 위해 자료 수집과 보존, 전시에 매진해 왔다. 다정한 이웃으로서 화전도서관은 늘 열려 있다. 오래 전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기억에 남는 것은 굳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2011.10.17 10:12 남해

2011년10월20일 남해시대 29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