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권력과 민심

책향1 2007. 9. 10. 16:13
 

권력과 민심


작년 이 충무공 노량 해전승첩제에서 우연히 만난 공무원이 있었다. 사석에서 그 무렵 출간된 지역 역사 연구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비교적 논리 있게 설명했지만 혈압만 올랐다.  당시 필자의 지적도 모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신중하지 않은 담당 실무자나 계약직의 의기양양한 지나친 변명은 도리어 의혹을 불러 올 수가 있었다. 자신의 본분을 일탈한 듯한 모습은 일반인의 지적을 우습게 아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적을 하는 일반인은 일자무식꾼이고 듣는 담당자가 천재가 아닌 이상 정당한 지적을 조금이라도 참고로 하는 자세를 보고 싶은 것은 무리가 아니다. 감히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발칙한 군민 정도로 보거나 “다음에 (두고) 보자”, “오류 부분을 적어내라”는 식의 말은 군민을 적대시하는 협박투이고 직업적으로 괴상한 우월감의 발로로 보였다. 필자는 신문 지상으로 적어내겠다고 응수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최근 어떤 저명한 교수와 개인적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역시 같은 부서 공무원의 전화가 왔다. 은퇴한 연로하신 교수에게 “(담당 부서 직원들이 바뀌었으니) 인사하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젊은 공무원의 몰염치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들 권력(?)의 중차대함을 모르지 않는다. 더욱 지역에서의 그 위력은  실감적이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민중의 힘도 그만큼 위력이 있지만 실감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체계적이지 않은 점이 주요 원인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존경한다는 마오쩌뚱이 국공내전 당시 훨씬 월등한 미제무기로 무장하고, 군비가 앞서 있던 국민당의 80만 장제스 군대를 타이완으로 몰아낸 것도 마오의 계략에 의한 민심의 향배가 한 원인이다. 민심은 배를 산에 오르게 할 수도 있고 난파시킬 수도 있다. 백성들의 마음을 거슬러서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의미이다. 민심의 향배를 전체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는 단연 선거라 할만하다. 민심에 의해 당선된 이 나라의 지도자는 자신이 존경한다는 마오로 부터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일부공직들의 거만함을 나무라는 민심이 모이고 적극적일 때 위의 공무원 같은 거만함은 발붙일 자리가 없다.

 흔히 정치적인 동물로 불리기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도는 높지만 실행 방법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라는 말 자체가 진절 머리가 나지만 관심은 아주 높다. 개인의 정치평은 전문가 수준이다. 가까이 가면 염증이 느껴지고 멀리 있으면 유권자를 만만하게 본다. 공무원 전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많이 있다. 지역에서도 상부의 공무원 감싸기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상부의 그런 뜻과 달리 실무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표심을 노리는 선출직들의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 화장술에 지나지 않도록 한다. 관공서도 기업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지역의 수장을 두고 CEO형이라 하면 환상적일 만큼 지역 발전의 적임자로 비춰졌다. 아무리  CEO형 지도자라 해도 덕이 없는 독선과 아집으로 지도력 발휘가 어렵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민본이다. 서경(書經)의 민유방본(民惟邦本)이 원말이다. 민본 사상은 민심을 근본으로 하는 사상이다. 민본은 어디까지나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며, 이념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선(善)에 이르도록 지향한다.

덕치는 민본사상에 의해서 명확하게 사상과 외연이 정립되고 이루어진다. 덕치사상은 정치에 있어서 민의 삶을 가장 중시하고 합리적 방법으로 내용은 민본주의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민본주의의 기초는 모든 인간이 인격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사회 공동체에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 합리적으로 대한다고 했다. 이상적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사회적 인간이다. 각자에게 부여된 사회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서 개인은 단순히 사회적 기능의 이행뿐 아니라, 우주 속에서 자기 존재의 깊은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공자는 사회적 책임을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아를 유덕한 존재로 수양하는 노력을 필수적으로 보았다. 인격이 수양된 정도에 따라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다하지만 지역에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치에 있어서 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진 정치가는 백성을 상대할 때 큰일만 할 것이 아니라 사소한 분야부터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덕이 없는 독선적인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부터 차단하려 들거나 추종자를 앞세우면 비겁하다. 1차적인 민심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도가 순치된 언론을 기르고 도와준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 권력은 총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민심에서 나오고 권력은 유한하다. 지역에서 쉽고도 흔한 이 말을 잊은 듯한  정치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kyys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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