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징조

책향1 2018. 8. 23. 12:07


  가을 징조 

           

산사 오르는 길옆에

수국 꽃잎이 지저분한 삽살개 털같고

산불 번지듯 낙엽들은 만취해 가는데

사람을 부른다

오랜만에 집나간 며느리 돌아온 듯

곳곳에서 전어 축제로 호들갑

차 트렁크에 삐져나온 예취기

곧 추동복으로 꽃단장한 사람들이

골목길을 메울 추석이 다가오겠지

쉰 소리 내던 에어콘 전력 요금이 평소의 네 배가량 나오는 날

장롱 속 긴팔 옷들이 출근 준비를 한다

동네 이장 고지 방송 같은 귀뚜라미

목소리 한번 우렁차다

벼들이 익어 묵념하는 들판을

맨발로 뛰어가는 저 햇살에

구름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니

바다가 윤슬하며 화답한다

이 징조들이 모두 섞여

소슬바람으로 애기단풍 지는 그 길을 따라

옷깃 여미고

슬거머니 잊혀진 그 여인이

날 찾아 오겠지.

 

2018.8. 23 12;04 북변리에서

*사진출처;필자사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