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

책향1 2015. 4. 4. 11:33

 

 

해시계 바늘 같은 긴 빌딩의 그림자 떨어지는

편의점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꽃잎이 팝콘처럼 나른하게 떨어지는 오후가

“좋은 데이” 소주 한 병 비튼다

오래된 단벌 양복에

때 묻은 빨간 넥타이 색깔같은

선명한 이력서 위로

떨어지는 급전 대출 명함

퇴근 길 말쑥한 양복들의 관중석에서

한 번도 좋은 날이라고 없던

거듭 헛걸음에 삐딱하게 닳은

구두 뒤축에서 들리는 돌멩이 소리 크고

고개 돌린 유리창에 비춰진 씁쓸한 자화상

흰머리에 굵은 주름 사이로

미간 찌푸린 초승달이 눈물 찔끔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