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양파싹
책향1
2015. 3. 17. 14:23
바람소리도 무심한
베란다 구석에서
흰뿌리로 허공에 자맥질하며
색 바랜 양파망을 받들고 있다
한 계절을 무던히 견딘 겹겹의
웅크린 제 어미 몸 파먹고
기어코 시퍼런 목숨 같은 한 줄기 피워내고야 말았다
익은 햇빛에 장미가 방충망 여는 사이
물 한 모금, 비료 한 줌 없어도 그 넓은 양파밭이
반 평 베란다에 있다
늘 부모는 자식들 거름이라던
어머니 다녀가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