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돌절구 하나
책향1
2015. 2. 6. 10:02
자그마한 단풍나무 밑에
앉은뱅이 돌절구하나
다 파헤쳐진 집터에 혼자
지푸라기 덮어 쓰고 숨만 쉬고 있다
한복에 앞치마 두르고 재 치던 새색시도 깨소금을
닭을 도리질 치던 손으로 힘 센 앞집 아줌마도
마른 고추를
개잡듯 으깼고
매를 번 돌호박은
속은 비단 올, 겉은 삼베 올
날 선 정을 거칠게 맞고
못 생긴 돌호박이라 놀려도
늘 둥근 낯 달
석류도 앵두도 나팔꽃 분꽃도
그 곁에서 여름 그늘을 지어주던 감나무는
모두 어디 갔을까
아득한 기억에
홀로 남은 돌호박 하나
꺼이꺼이 우는데
노랑나비 한 마리 잠시 머물다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