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자미
책향1
2014. 11. 4. 10:10
머리 위에서 터지는 것은 사과탄만이 아니다
둥그스럼 하고 주먹보다 조금 큰 회색 사과탄은
아름과 달리 매웠다
내부에 경축 현남국민학교 운동회란 휘장을 넣고
소쿠리 두 장을 엎고 겉을 상여처럼 치장한 큰 사과
여학생들의 다리 흰 옆줄이 선명한 고무줄 검은 팬티 같던,
자투리 천으로 만든 숙제로 손에 꼭 쥐어지던 말캉한
오자미로 돌팔매질을 하니
꽃바구니가 터지고 권투선수 카퍼레이드에 쏟아진
종이꽃가루가 쏟아졌다
아직 꽃밭이 되기 전에 일점 꽃바다로 만들기 위해
한 때 깬 보도블록도
도로 수없이 집어 던진 오자미였다
사다리도 오자미도 필요 없는 키 작은 사과나무 밑에
핀이 뽑혀 떨어진 붉은 사과탄은 북데기 위에 뒹굴어도
맵지 않았다
모래 같은 내용물이 여유로 만져지던
오자미에 맞은 큰 사과탄은 맵지 않았는데
씨방이 터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