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항
책향1
2014. 11. 2. 08:36
저항
에리에 허연 머리 비듬이 앉은
곤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처음 간 서울 종로에서 난
듣도 보도 못한 값이 제일 싼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746번 버스 타고 천호동으로 향했다
강어귀 어느 벽돌집에서 산다는
누나를 만나기도 전에
난 버스에서 내린 백제토성에다
먹은 걸 다 토해냈다
닝닝한 서울말 같은
그 설렁탕 오지게 다 퍼냈다
내속에서 반항했다
점심 대신 빙초산에 찍어 먹던 냇그랑 피라미는
가만 있었는데
잘도 익은 소고기는 살아 움직였다
뱃속의 반항이 도지는 40년 후
반짝이던 열정은 사라지고
내부의 반항도 제압하지 못하는
내 몸의 옅은 저항의 증거 역류성 식도염
그 때나 지금이나 내몸 안의 저항이 더 두렵다
그 기미가 아직 살아 있음이 반갑긴 하다.
2014.11.2 8;33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