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생이 몰다

책향1 2014. 10. 19. 08:52

 

 

얌생이 몰러 작은 방을

가끔 들락거렸다

갈라진 방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거나

쌀가마니 사이에는

아버지가 마시다만 소주 댓병이 소주잔이 거꾸로 덮인 채

눈감고 있었다

고단한 양말 한 켤레 뭉쳐저 가마니 쥐구멍에서

귀 막고 있었다

쌀 한 되 퍼서 비료 포대에 담고

캄캄한 골목에 좀 도둑이 되어

뒷동네 장돌뱅이 아줌마 가져다주니

자장면 값은 얻었다

얌생이가 뚝방에서 풀을 뜯는

대낮에 쌀가마니 들여다보니

어머니가 커다란 곱표를 그려 놓았다.

 

 

'2015.1.12. 남해시대 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