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하나

책향1 2014. 9. 14. 08:45

 

꽈리 하나

 

폭발하려는 저 수상한 눈 좀 봐

꽈리가 조심스레 옆에 있는 봉숭아에게

운동권 출신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지만

머리 위에서 터지던 사과탄 생각하면

너 생각 난다고 했다

봉숭아가 넌 그럼 뭐냐고

물으니 꽈리가

난 창호지 바른 등불이야

등불이 대수여, 아니

길잡이 청사초롱도 몰러

꿈꾸며 기다리던 시간

별처럼 잔잔한 설레임으로

어두운 길 밝히는 삶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지

너나 나나

아름다운 배후에는 틀림없이 상처가 있는거여.

 

2014.9.14 8;44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