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기

책향1 2014. 9. 9. 17:00

제빵기

 

집사람이 7분 제빵기에

나를 구우려고 한다

난 아예 계란 옷도 입지 않고

거품 일지 않게

노력했지만 팔뚝 굵은

아내의 힘에 짓이겨져 달걀과 함께 운명하기로 했다

여름밖에 없을 것 같은 기계 안에도

봄은 있다 마치 부화장 온도로

몸을 부풀리고 뜸 들인다

개나리가 꽃을 피우고 병아리 부리 내밀듯

효모가 새끼치기도 한다

빨간 꽃무릇 네온이 들어오니

엿치기 할 때 본 숭숭 난 구멍 주위로

내 배꼽에 각질이 일고 콩이 발아를 하고

계란 단백질 엉겨 붙어

사막여우처럼 안으로 파고들고

막걸리 트림에 숨이 막혔다

벌겋게 달았다가 식어가길 몇 번

7분간 찜질로

결국 간염 걸린 얼굴

내 불룩 나온 배가 부풀어 올라 터질 듯해도

그래도 다 익을 때까지 아내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나에게 무슨 변신을 꾀할까

땀을 빼서 술독을 빼려나

익혀 담배냄새를 아예 제거하려나

조명 좋은 식탁 위에서

부푼 허연 배 들어내고 뜯겨 풀 죽은 모습

아니 우윳빛 피부에 우수에 젖은 눈동자

그걸 기다릴거야.

 

 2014.9.9 19;17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