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책향1 2014. 9. 2. 08:09

요강

 

향토역사관에 대잎이 크게 그려진 요강 하나

백자들이 모여 있는 진열장엔 얼씬도 못하고

낮은 곳으로 향한 세월만큼 오래된

저를 깔고 앉은 수많은 어둠을 깨친 이야기들을

안으로 삭히고 있다

겨울밤 뒷간 거적대기 여미지 않게 윗목에서

기나긴 밤 수없이 앉았던

나풀거리던 등잔불 같던 아버지의 전립선

갓 시집온 형수의 조심스런 볼기짝

염색 공장 간 누나의 홍조

어린 나의 급한 큰 것도 잽싸게 받은

흩어진 추운 이야기를 기억한다

아랫것들 요기가 차오른

아랫목이 식어 갈 새벽 무렵

문풍지 뚫고 들어온 찬 바람도

깔고 앉았다 갔네.

 
2014.9.2 8;03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