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늘※ 등대

책향1 2014. 8. 24. 13:56

수원늘※ 등대

 

외로운 수원늘 등대 밑에는

노숙자들이 바글댄다

미끈한 미역이 몸 씻고

고동과 불가사리 자리다툼

칼잠 잔다는 건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

어둠 속에서 몸의 중심이며 홀로서기를 위한 증거

이 귀한 모든 과거는 흔적으로 남는다

밤눈이 밝아 지난날을 기억하는 깊고 그윽한 게눈

접근 금지된 문이며 봉인된 별자리

오동나무 우듬지에 걸린 달처럼

수직으로 수평을 지키는

가끔 파도가 이불 덮어주는 수원늘 등대.

※남해군 설천면 왕지리의 마을이름.

 

2014.8.24 13;54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