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귀얄문
책향1
2014. 7. 29. 09:01
늘 분청에게는 소소하게 바람이 분다
짚새기로 만든 순간의 바람이 천년을 만들었다
아직도 들리는 비질 소리
턱없이 부족한 색들이 많은 시절
어렵게 새 이파리 돋운 가지 밑
불현듯 속에 품고 있던 우유빛 하나 꺼내놓은
굵은 비질로
불꽃을 건너온 영혼을 품는 일이란
그의 심장에 차가운 내 심장을 포개는 일
누구신지 안부처럼 전해오는 온기가
오랜 지문을 새기는 동안
불 속에서 건져 올린 꽃잎의 휜 등위로
느리게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길섶에 늙은 우유팩이 찌그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