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입춘
책향1
2014. 2. 4. 16:28
입춘立春
외뿔을 세운 봄은 서서 오지 않는다
저 언덕 위, 처마 밑에 가만히 기어서 온다
주체할 수 없는 힘에 겨울은 꼬리가 잘려나가고
미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동장군을
진달래 빛 댕기 입에 물고
무턱대고 간질이는 아양에
잔인한 봄의 끄나풀을 못 이겨
제풀에 못 이겨 사라지는 날까지
초라한 가지를 환장할 치자 빛으로 물들일 게다
고달픈 삶에
얼마나 미세먼지가 삶을 핥을지
엎드린 봄이 일어서서 얼마나 오두방정 뛰어다닐지
양지 바른 언덕에 호들갑 떠는 냉이꽃을 보라.
2014.2.4(입춘)16;25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