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

책향1 2014. 1. 28. 16:35

탈의

 

자주빛 이태리 대리석으로 치장한

건물아래 7평 자투리 공원 안에는

오늘도 오갈 데 없는 개미들이 모여들어

허물 벗고 있는데

윗옷 둘둘 말아 베게하고 양말은 구두 속에

캄캄해서 편안하게 허물 벗 듯

흙바닥의 낙엽은 폭신한 침대 관상용 소나무가 지붕

하늘 옆구리에 외투 걸친 채

현실의 비디오가 끊긴

돌아갈 길을 잃은 영혼들이

흘리는 눈물만큼 토한 구토

밤이 되도 귀가하지 못하는 개미들이

벗어 놓은 옷들이

담벼락에 끼어둔 부고장처럼

밤이슬에 젖는다.

2014.1.28 16;35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