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떤 저항

책향1 2013. 12. 20. 14:30

어떤 저항

 

난 밟히면서 강해지는

뿌리가 있다. 비록 내가 죽더라도

몇몇 대 후손은 나의 아픔을 알리라

긴긴 밤을 홀로 샌 고독감도

푸대접에 이골 난 인내력도

모두 유전자 지도에 기록해 둘거야

하지만 푸른 피를 흘리며

스러져간 장엄한 잔해가

후손들을 살찌우며

공존의 여유를 부려도

낫과 호미는 나를 죽이려든다

어두운 땅속을 헤매도 우후죽순처럼

결국 한 줌 빛을 보려

용수철 같은 나는 여린 싹으로

끊임없이 저항의 깃발을 올린다.

 

2013.12.20 14;29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