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 다랭이논

책향1 2010. 1. 14. 10:43

 

 

 

메마른 가슴 속

꼭 허파만한 논들이

설흘산 골짜기에 다리 놓았다

 

밥무덤이 인사하는 골목사이로

봉수대 연기 흩날리고

돌아서는 이내 마음잡고 선 암수바위

 

쪽빛 바다에 물든 담쟁이는

돌담을 기어오르고

급경사에 헐떡이며 나는 막걸리 단내는

날선 쟁기에 비춰보는 자화상

 

웅크린 여인네 타박하는 남정네로

설흘산 비늘은 그렇게 모여있었다.

 

2010년 2월 5일 남해신문 14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