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
쓰레기장의 죽은 강아지 주검
길 모서리 부서진 장롱
비닐봉지에 쌓인 낡은 구두가
아쉬운 여운 없이 마지막은
잊혀져 갔다
닥나무는 껍질이 벗기우고
그것도 모자라 여러 번
삶기면서도 흰 앙금 남기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유품이 어디 있으랴
하기사 사람도 하얀 가루만 남기고 사라지는 판국에
흰 결정체 위 찍히고 쓰이는 먹물을 머금은 속살은
천년을 간다
남긴 건 껍질과 마른 이파리뿐이지만
만고의 진리를 품고도
살갗에 닿는 봄바람 처럼 여리며
먹빛처럼 침묵하는 진득한 거품
그는 한 때 부처님 말씀이나
그냥 가기 싫은 사람들의 일생을 깡그리 외웠고
애잔한 음률도 베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