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유품

책향1 2015. 1. 4. 11:11

 

 

-닥나무-

 

쓰레기장의 죽은 강아지 주검

길 모서리 부서진 장롱

비닐봉지에 쌓인 낡은 구두가

아쉬운 여운 없이 마지막은

잊혀져 갔다

닥나무는 껍질이 벗기우고

그것도 모자라 여러 번

삶기면서도 흰 앙금 남기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유품이 어디 있으랴

하기사 사람도 하얀 가루만 남기고 사라지는 판국에

흰 결정체 위 찍히고 쓰이는 먹물을 머금은 속살은

천년을 간다

남긴 건 껍질과 마른 이파리뿐이지만

만고의 진리를 품고도

살갗에 닿는 봄바람 처럼 여리며

먹빛처럼 침묵하는 진득한 거품

그는 한 때 부처님 말씀이나

그냥 가기 싫은 사람들의 일생을 깡그리 외웠고

애잔한 음률도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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