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말목

책향1 2014. 9. 10. 11:05

 
바다위에 말목이 하나
죽은 강아지 갈비뼈처럼 삐져나와 있다
누군가에 맞은 채 뒤꿈치로 발돋움하고
외다리로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였다
대합실 같은 말목 위에
온갖 새들이 쉬어가지만
늘 귀성객들 같았다
괭이갈매기만 익숙하지 않고
물수리도 여기서 거대한 수세식에 실례를 하곤 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보름달은 뜨기도 했다
해가 없는 틈을 타 안드로메다도 다녀갔다
가끔 부둣가에서 주워온 죽은 물고기가
버둥거리니 산속 샘 같은 말목 위도 생기가 돌기도 했다
허연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가끔 감성돔 비늘이 횟집 네온 받아
빛이 나 등대 같기도 했다
한 곳에서 바닷새들이 물 좋은 곳을 말하거나
쉼터 세울 계획으로 다툼이 모인 우듬지
발밑에 전단지 같이 붙은 고동, 홍합, 미역에게
물살들이 간질이지만
잡을 것 하나 없는 바다 위
정처 없는 각질 이들도 바닷물에 밀리지 않으려는 발버둥에
굳어버린 터전이 살기 위한 희망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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